AI 시대 인간의 경쟁력은 더 많은 지식을 외우는 데 있을까. 더 빨리 결과물을 만드는 데 있을까. 김대식 교수와 김혜연 안무가의 대담은 조금 다른 곳을 향한다. AI를 일하게 만드는 실행력, 그리고 다른 사람의 복사본으로는 얻을 수 없는 자기 삶의 고유성이다.
교보문고 보라가 공개한 이 영상은 기술 전망 강연과 예술가의 대화를 함께 담았다. 설명란 기준 촬영일은 2026년 9월 19일, 공개일은 10월 13일이다. 아래에서는 두 사람의 발언을 재구성하고, 일과 학습에 적용할 기준을 덧붙인다. 미래 예측과 개인적 견해를 검증된 사실처럼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기술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공부를 그만두라는 뜻이 아니다
영상 제목의 강한 표현만 보면 기술을 익힐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러나 김대식 교수는 강연에서 바이브 코딩과 에이전틱 AI를 공부해야 한다고 권한다. 지식과 기술의 무용론으로 읽으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가 대비시키는 것은 ‘만드는 능력’과 ‘무엇을 만들 것인가’다. 비슷한 수준의 글과 그림, 영상을 더 쉽게 만들 수 있다면 제작 기술만으로 벌리던 격차는 줄어든다. 그러면 사람을 붙잡는 이야기, 경험에서 나온 관점, 무엇을 남기고 버릴지 고르는 기준이 더 눈에 띈다.
영상 3분대의 영화 이야기가 그 차이를 설명한다. 이미 있는 작품을 그럴듯하게 흉내 내는 일과 사람들이 처음 만나는 이야기를 만드는 일은 다르다. 김 교수는 새로운 이야기를 위해 많은 경험과 독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배움을 포기하는 대신 배운 것을 자기 관점으로 엮으라는 주문에 가깝다.

예컨대 AI로 발표 자료의 초안을 빠르게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청중이 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정하는 일은 남는다. 현장에서 들은 반론 하나가 매끈한 슬라이드 열 장보다 설득력을 가질 때도 있다. 이 예시는 강연의 구분을 업무에 옮겨 본 해석이다.
직업 이름 대신 업무를 네 가지로 나눠 보자
김 교수는 6분 무렵부터 두 축으로 일을 나눈다. 혼자 하는가,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가. 그리고 정답이 있는가, 없는가. 이 분류의 쓸모는 특정 직업의 소멸을 예언하는 데 있지 않다. 한 직업 안에서 자동화와 사람의 판단이 어디에 놓이는지 구분하는 데 있다.
- 혼자 하며 정답이 있는 일: 규칙이 분명한 반복 과업이다. AI에 맡길 후보를 찾기 쉽지만 오류 확인은 필요하다.
- 혼자 하며 정답이 없는 일: 연구와 창작처럼 탐색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AI를 배제하기보다 대안 탐색에 활용할 수 있다.
- 함께 하며 정답이 있는 일: 정확한 절차와 대인 관계가 겹친다. 지식 제공을 보조해도 설명과 신뢰 형성이 남는다.
- 함께 하며 정답이 없는 일: 서로 다른 이해관계 속에서 방향을 정한다. 무엇을 좋은 결과로 볼지 합의하는 과정이 중요해진다.

특히 교사의 역할을 설명하는 대목이 눈에 남는다. 김 교수는 지식 전달보다 상담, 동기 부여, 회복탄력성을 돕는 역할에 주목한다. 교사가 지식을 몰라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전달 비용이 낮아진 지식 위에서 학생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 묻는 것이다.
다만 영상의 ‘100% 대체’ 같은 표현은 강연자의 강한 전망이다. 이 분류만으로 실제 고용 변화를 계산할 수는 없다. 의료와 교육처럼 책임과 안전이 큰 영역에서는 정확성, 제도, 현장 조건도 따로 봐야 한다.
AI 도입을 막는 것은 기술 부족만이 아니다
8분대부터 질문은 직원의 감정으로 옮겨 간다. AI가 내 도구인지, 동료인지, 결국 나를 밀어낼 경쟁자인지 모호하다면 학습 의지만 요구하기 어렵다. 사람은 생산성 지표 이전에 자기 자리를 걱정한다.
여기서 ‘기술보다 인간’이라는 말이 조금 구체적이 된다. 조직은 새 도구 사용법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전환의 조건을 설명해야 한다. 절약한 시간은 누가 얻는가. 역할이 바뀌면 재학습할 기회가 있는가. 실수의 책임은 누가 지는가.
강연에는 조사 비율과 기업 사례도 등장한다. 다만 이 글에서는 해당 조사 원문과 익명 기업의 실적을 독립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따라서 수치를 일반적 사실로 재인용하지 않는다. 남길 질문은 더 단순하다. 직원이 AI 활용을 자기 손해로 느낀다면 도입 계획은 지속될 수 있을까.
기업에서 권한과 책임을 어떻게 나눌지는 에이전틱 AI 시대의 기업·개인 업무 재설계와 함께 읽으면 연결이 쉽다. 이번 대담은 그 운영 문제에 정체성과 고유성이라는 질문을 더한다.
김혜연 안무가의 답: 성과보다 먼저 행위에 몰입한다
14분대에 김대식 교수는 일이 자기 가치의 기준에서 밀려난다면 무엇으로 자신을 정의할지 묻는다. 김혜연 안무가는 몸을 쓰는 예술가의 경험으로 답한다. 돈이나 교환 가치로 먼저 계산하기보다 하고 있는 행위 자체에 몰입한다는 것이다.
이 대답은 ‘예술가는 자동화에 안전하다’는 직업 순위와 다르다. 무용 역시 생계와 기술 변화의 영향을 받는다. 대담이 보여 주는 차이는 삶의 가치를 결과물의 가격에만 묶지 않는 태도다. 더 잘 팔리는 결과를 만들지 못하는 날에도 몸을 움직이는 이유가 남을 수 있다.

일하는 사람에게도 작은 여지가 있다. 취미를 모두 수익화할 필요는 없다. 산책에서 본 장면, 오래 붙잡은 질문, 남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취향도 자기 삶의 일부다. 곧바로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경험을 낭비로만 분류하면, 정작 고유한 이야기가 자랄 공간이 줄어든다.
노동과 삶의 가치를 더 길게 생각하고 싶다면 일이 사라진 세상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질문으로 이어갈 수 있다. 생산성의 미래와 삶의 의미는 연결되지만 같은 질문은 아니다.
데이터가 많다는 것과 자기 기억이 있다는 것은 다르다
16분 이후 김 교수는 대량 생산과 인간의 고유성을 대비시킨다. 이어 AI가 다루는 정보와 한 사람이 살아온 기억의 차이를 이야기한다. 넘어졌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데이터와 내가 넘어졌을 때 느낀 기억은 같은 것이 아니라는 관점이다.

이 구분을 ‘AI는 영원히 창의성을 가질 수 없다’는 과학적 결론으로 넓히지는 말자. 현재의 시스템 특성, 미래의 기술 가능성, 인간 경험의 철학적 의미는 구분할 문제다. 영상 제목의 ‘절대’도 입증된 기술 한계라기보다 인간의 삶을 강조하는 문제 제기로 읽는 편이 안전하다.
실용적으로 남는 질문은 있다. 내 결과물에서 나를 지우면 무엇이 달라질까.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설명만 남는다면, 정보량을 더하기 전에 관찰과 판단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내 경험만 내세우고 사실 확인을 생략해도 곤란하다. 고유성은 정확성을 면제하는 자격이 아니다.
지금 할 일은 에이전트를 늘리기보다 맡길 일을 정하는 것
강연의 마지막은 AI를 직접 써 보라는 권유로 끝난다. 여기서 ‘많은 에이전트’라는 표현을 실행 개수 경쟁으로 받아들이면 위험하다. 목표가 모호하거나 검증 비용이 크면 자동화가 오히려 일을 늘린다. 아래는 대담을 바탕으로 정리한 적용 제안이다. 출연자가 그대로 제시한 절차는 아니다.
- 반복 과업 하나를 고른다. 자료 분류나 초안 정리처럼 결과를 비교하기 쉬운 일부터 시작한다.
- 완료 기준을 먼저 쓴다. 필요한 근거, 빠뜨리면 안 되는 항목, 틀렸을 때의 비용을 정한다.
- 사람의 승인선을 남긴다. 결제, 공개 발행, 개인정보 처리처럼 되돌리기 어려운 행동은 분리한다.
- 절약 시간과 검토 시간을 함께 기록한다. 빨라 보이는 느낌보다 실제 순효과를 확인한다.
- 남은 시간을 자기 관점에 쓴다. 현장을 보고 사람을 만나고, 기존 답이 놓친 질문을 모은다.
구체적인 도구 선택이 필요하면 AI 에이전트 업무 자동화 도구 비교를 참고할 수 있다. 다만 도구 선택과 자동화의 성공은 별개다. 무엇을 맡기고 무엇을 직접 책임질지 정하는 쪽이 먼저다.
자주 묻는 질문
AI 시대에는 지식과 기술을 배울 필요가 없나?
그렇지 않다. 김대식 교수도 AI 활용과 바이브 코딩 학습을 권한다. 지식을 소유하는 것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워진다는 주장과, 지식이 필요 없다는 주장은 다르다. 결과를 평가하려면 여전히 해당 분야의 이해가 필요하다.
인간의 고유성은 개인 브랜딩과 같은 뜻인가?
영상에서는 개인 브랜드도 언급한다. 그러나 고유성을 홍보 문구로만 좁히면 경험과 기억의 이야기를 놓친다. 어떤 선택을 해 왔고 무엇에 관심을 두는지가 바탕이다. 브랜딩은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에 가깝다.
정답이 있는 업무는 모두 AI로 바뀌나?
영상에는 강한 대체 전망이 나오지만 확정된 고용 예측은 아니다. 실제 도입에서는 데이터 품질, 오류 비용, 책임, 규제와 대면 관계가 함께 작동한다. 직업 전체보다 과업 단위로 나누어 시험하는 편이 낫다.
AI가 인간의 경험을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는 말은 사실인가?
그렇게 단정할 근거를 이 영상 하나로 확보할 수는 없다. 출연자는 인간이 몸으로 살아온 기억과 고유한 삶을 강조한다. 이를 미래 AI 전체에 대한 검증된 불가능성 명제로 바꾸지 않는 것이 좋다.
더 많이 생산한 뒤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
이 대담을 기술을 버리고 인간다움만 붙잡으라는 이야기로 읽기는 어렵다. 오히려 두 가지 숙제가 동시에 생긴다. 반복 작업을 AI와 나누는 법을 익힐 것. 그리고 그 덕분에 생긴 시간을 남의 복사본이 아닌 삶에 쓸 것.
오늘 할 수 있는 일도 작다. 맡겨 볼 반복 업무 하나와, 효율을 따지지 않고 계속하고 싶은 활동 하나를 적어 보자. 전자는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후자는 일을 넘어선 자기 설명을 남긴다.
참고자료
- 교보문고 보라: 김대식 교수·김혜연 안무가 강연 및 대담 원본
- 주요 구간: 03:36 제작과 새로운 이야기 / 06:00 일의 네 가지 분류 / 08:20 조직의 감정 리스크 / 14:37 행위 자체의 몰입 / 16:15 고유성과 기억 / 19:09 AI 활용 권유.
본문 이미지는 원본 영상의 해당 논의를 설명하기 위한 장면 인용이다. 출처는 교보문고 보라이며 각 이미지에 영상 시각을 표시했다. 자동 자막에 오인식이 있어 문장은 의미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강연의 미래 전망, 조사 수치, 익명 기업 사례는 별도 검증된 사실과 구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