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초안을 대신 만들고 자료를 요약해 주면 일은 빨라진다. 그런데 빨라진 만큼 더 많이 처리하는 것이 언제나 좋은 결과로 이어질까. 틀린 정보가 섞였다면, 확인하지 않은 채 내보내는 결과물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
STUDIO LOLA 인터뷰에서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AI로 일이 편해진 만큼 오히려 더 긴장하게 됐다고 말한다. 중요한 불안은 대체될 가능성만이 아니다. AI가 준 잘못된 내용을 믿거나, 검증 없이 인용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영상의 핵심은 AI를 덜 쓰자는 주장이 아니라, 생성에 쓰는 시간과 판단에 쓰는 시간을 다시 배분하자는 문제의식으로 읽을 수 있다.
AI가 편리할수록 ‘찾았다’와 ‘확인했다’를 구분한다
과거에는 원하는 자료를 찾는 데 시간이 많이 들었다. 어렵게 찾은 답을 성과로 느끼기 쉬웠다. 지금은 질문을 입력하면 자연스러운 문장과 정리된 목록이 곧바로 나온다. 하지만 답변을 얻었다는 사실과 내용이 맞다는 사실은 다르다.
김경일 교수는 특히 AI의 그럴듯한 답을 덜컥 믿을 가능성을 경계한다. 문장이 매끄러우면 검토도 끝난 정보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나 강의자료를 만들 때 AI의 설명을 그대로 옮기는 순간, 확인되지 않은 주장도 자신의 이름으로 전달하게 된다.

영상에는 언어모델의 환각 문제가 계속 남을 것이라는 강한 견해도 나온다. 이를 미래 기술의 한계가 영구적으로 증명됐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실무적으로 가져올 메시지는 더 분명하다. 지금 사용하는 AI의 답은 오류 가능성을 전제로 확인해야 한다.
절약한 시간을 전부 추가 업무로 채우지 않는다
김경일 교수는 에이전트 AI를 사용하면서 더 많은 일을 빠르게 처리하게 됐지만, 실수도 늘어나는 것 같아 긴장을 놓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이는 개인적 체감이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생산성 수치나 실험 결과는 아니다.
중요한 대목은 그다음이다. 그는 빨리 해내는 것만 목표로 삼기보다, 남은 시간에 점검하고 되돌아보고 검증하는 조용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관점을 업무에 적용하면 AI 활용의 기준이 달라진다. 초안을 만드는 속도뿐 아니라, 오류를 발견하고 수정해 최종본을 확정하는 과정까지 봐야 한다. 생성이 빨라졌어도 사실 확인과 재작업에 시간이 많이 든다면, 체감 속도와 실제 업무 성과는 다를 수 있다.
다음은 인터뷰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리한 실무 적용 방법이다. 영상에서 검증된 공식이나 측정 척도가 아니라, 확인 절차를 놓치지 않기 위한 작업 순서다.
- 생성: AI에 목적·대상·자료 범위를 주고 초안을 받는다.
- 분리: 사실 주장, 의견, 추정, 실행 제안을 나눠 표시한다.
- 확인: 수치·인용·법령·고유명사는 원문 자료와 대조한다.
- 판단: 근거가 부족한 문장을 빼거나 불확실성을 명시한다.
- 승인: 외부 발송·공개·실행 전에는 책임자가 최종 확인한다.
AI에게 검토를 한 번 더 요청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다른 답변이 동의했다는 사실만으로 원문 확인을 대신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검토 횟수보다 어떤 근거와 실제 결과를 대조했는지다.
직업을 한 가지 디지털 과업으로 줄여 보지 않는다
인터뷰는 영상의학 분야를 예로 들며, 눈에 보이는 전문 과업이 그 직업의 전부는 아니라는 점을 짚는다. 이미지 판독 외에도 환자를 설득하고, 다른 의료진과 조율하고, 조직 안에서 자원을 확보하며,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지는 일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 글에서는 영상에 언급된 연봉 변화나 업무별 비중을 검증된 통계로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직업을 이해하는 관점을 가져올 수 있다. 자동화하기 쉬운 과업 하나와, 그 과업을 둘러싼 관계·상황·책임을 구분하는 것이다.
교육담당자의 업무도 비슷하게 나눠 볼 수 있다. 안내문 작성과 설문 요약은 AI가 도울 수 있다. 하지만 참여를 주저하는 직원을 설득하거나, 현업 부서와 교육 일정을 조율하거나,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의 요구를 정리하는 일은 별도로 남는다.
이는 어떤 직업이 영원히 안전하다는 보장이 아니다. 자동화 가능성을 논의할 때 직함만 보거나, 가장 눈에 띄는 기술 과업만 보고 판단하지 말자는 뜻이다.
협업 능력은 머리로 아는 것보다 함께 일한 경험에서 나온다
김경일 교수가 강조하는 또 다른 축은 자신과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함께 일하는 경험이다. 나이, 성별, 문화적 배경이 다르다는 이유로 협업 자체를 포기하는 태도를 경계한다.

공감이 중요하다는 문장을 아는 것과 실제로 다른 사람과 합의해 본 것은 다르다. 상대가 왜 같은 제안을 다르게 받아들이는지 듣고, 자신의 설명을 바꾸고, 갈등 뒤에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
AI와만 대화하면 피드백을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실제 사람의 반대와 망설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협업 역량을 기르려면 사람과 함께 일하는 장면도 남겨둬야 한다.
- 자신과 다른 역할의 동료에게 초안을 설명하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듣는다.
- 의견 충돌이 생기면 상대가 지키려는 조건과 걱정하는 위험을 먼저 확인한다.
- 같은 내용을 관리자·실무자·이용자에게 각각 설명해 본다.
- 작업이 끝난 뒤 결과뿐 아니라 조율 과정에서 놓친 점도 돌아본다.
이런 활동을 AI 사용과 반대되는 것으로 볼 필요는 없다. 자료 정리와 초안 작성에는 AI를 쓰되, 절약한 시간을 사람을 만나고 맥락을 이해하는 데 쓸 수도 있다.
AI 시대에 인문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현실에서 물러나는 일이 아니다
인터뷰에서 인문학은 변화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장식이 아니다. 김경일 교수는 시대의 전환점에서 사람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커진다는 관점으로 인문학의 역할을 설명한다.

AI의 기능을 익히는 공부와 인간을 이해하는 공부는 함께 갈 수 있다.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면서, 그 결과를 누가 받아들이고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는지도 살펴보는 것이다.
가령 자동으로 작성된 안내문이 문법적으로 맞더라도 이용자에게 불친절할 수 있다. 설문 응답을 요약한 문장이 정확해 보여도 현장의 사정을 빠뜨릴 수 있다. 도구를 잘 다루는 능력에 사람과 상황을 읽는 판단이 더해져야 하는 이유다.
오늘 AI로 만든 결과물에서 확인할 다섯 가지
영상 제목의 ‘멍청해지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곧바로 인지 능력 저하에 관한 연구 결론으로 읽을 필요는 없다. 이 인터뷰가 제시하는 실천적 질문은 도구가 편리해질수록 판단까지 무심코 맡기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것이다.
다음 결과물을 내보내기 전에 다섯 가지를 물어볼 수 있다.
- 내가 직접 확인한 사실과 AI가 제시한 설명을 구분할 수 있는가?
- 인용한 자료를 실제로 열어 보고 문맥까지 확인했는가?
- 이 결과가 틀렸을 때 누가 영향을 받는지 생각했는가?
- AI로 절약한 시간 중 일부를 점검과 되돌아보기에 썼는가?
- 실제 이용자나 동료의 의견을 듣고 수정한 부분이 있는가?
AI 시대의 경쟁력을 더 많은 결과물을 내는 속도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김경일 교수의 인터뷰는 빠르게 받은 답을 다시 확인하고, 자신과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경험을 쌓는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편리함을 누리되 판단과 책임까지 넘기지 않는 것이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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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Q
AI를 많이 쓰면 반드시 사고력이 떨어지나요?
이 인터뷰만으로 그런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는 없다. 글의 핵심은 사용량 자체보다, AI의 설명을 확인 없이 믿고 판단을 넘기는 방식에 주의하자는 것이다.
AI 답변은 어떻게 검증하면 좋을까요?
수치·인용·법령 등 확인이 필요한 문장을 분리하고, 원문과 실제 자료를 대조한다. 근거가 확인되지 않으면 삭제하거나 불확실성을 표시한다. 다른 AI가 같은 답을 했다는 것만으로 검증을 마치지는 않는다.
협업 경험이 AI 시대에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업무에는 정보 처리뿐 아니라 사람을 설득하고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결과에 책임지는 과정이 있다. 인터뷰는 이런 능력이 서로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한 경험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AI로 절약한 시간은 어디에 쓰는 것이 좋을까요?
추가 업무에만 모두 쓰기보다, 결과물 점검·원문 확인·되돌아보기와 실제 이용자·동료의 의견을 듣는 시간으로 일부를 남길 수 있다. 고정된 시간 비율보다는 업무의 위험도와 필요한 확인 수준에 맞추는 것이 좋다.
참고자료
본문 이미지는 해당 인터뷰의 설명·비평을 위해 인용한 영상 캡처다. 강연자의 견해와 개인적 체감은 보편적 연구 결과와 구분했으며, 실무 체크리스트는 인터뷰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